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연명치료에 대한 인식은 점차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70대 이상 노인의 경우, 삶의 마무리에 대한 생각이 구체화되는 시기이기에 연명의료에 대한 개인적 판단이 중요한 이슈가 됩니다. 본 글에서는 70대 이상 노인들이 연명치료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 배경과 변화 요인, 실제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각적으로 살펴봅니다.
70대 노인의 연명치료에 대한 일반적 태도
한국사회에서 70대 이상 노인들은 연명치료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주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길하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삶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마무리하고자 하는 노인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3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70대 이상 응답자 중 약 65%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5년 전보다 약 20%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사회적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연령대에서는 자신의 건강 상태와 노화에 대한 자각이 높아,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 등의 연명처치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과거에 가족의 임종을 경험하며 무의미한 치료가 얼마나 고통스러울 수 있는지를 직접 목격한 경험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도시 거주, 고학력, 경제적 자립도가 높은 노인일수록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마무리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참여율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식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
70대 이상 노인의 연명치료 인식 변화에는 다양한 사회적·개인적 요인이 작용합니다. 첫 번째는 웰다잉 교육과 공공 캠페인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지자체, 보건소, 종교기관 등에서는 ‘아름다운 마무리’, ‘삶과 죽음 교육’ 등의 이름으로 웰다잉 관련 교육을 활발히 실시하고 있으며, 이에 참여한 노인의 의식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가족 경험입니다. 부모나 배우자의 임종을 지켜본 경험이 있는 노인은 연명치료의 한계와 고통을 직접 체감했기 때문에, 자신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준비가 상대적으로 명확한 경향을 보입니다. 세 번째는 의료 정보 접근성의 향상입니다. 스마트폰 활용이 보편화되고 인터넷이 익숙해지면서 70대 이상 노인들도 다양한 의료 정보를 스스로 검색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병원 치료에 대해 수동적으로 따르기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종교적·문화적 배경도 여전히 중요한 변수입니다. 특히 불교나 기독교 신자 중 일부는 연명치료를 인간의 개입으로 간주하며, 죽음은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어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반면 가족 중심 문화에서는 ‘끝까지 치료해야 한다’는 기대감이 여전히 존재해, 이러한 가치관과 개인의 선택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실제 결정에 미치는 영향과 제도 활용 현황
연명치료에 대한 인식은 단순한 생각의 문제를 넘어서 실제 의료결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70대 이상 노인이 병원에서 임종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본인이 사전의향서를 작성했는지 여부는 치료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직도 많은 노인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지 않았거나, 제도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2024년 기준,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등록된 사전의향서 중 65세 이상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지만, 실제 70대 이상 인구 전체로 보면 참여율은 아직 낮은 편입니다. 특히 농촌 지역이나 정보 취약계층의 참여가 저조하며, 의료기관 간 시스템 연계 부족으로 인해 의향서가 무용지물이 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또한, 일부 노인은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죄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정서적 불안을 느끼며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병원과 지역사회에서 충분한 상담과 안내가 필요합니다. 가족과의 소통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자신의 선택을 가족에게 미리 알려놓지 않으면, 위급한 상황에서 가족이 대신 결정하게 되며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자녀와의 ‘죽음에 대한 대화’를 미리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결론적으로, 제도는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지만 개인의 인식과 실행 사이에 간극이 존재합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정보 제공과 접근성 향상이 필요하며, 의료기관 및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합니다.
70대 이상의 노인들은 연명치료에 대한 인식을 과거보다 훨씬 주체적으로 갖고 있으며,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이러한 인식이 반영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접근성과 가족 간 소통, 사회적 캠페인이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연명의료에 대한 자신의 뜻을 미리 표현하고 가족과 충분히 상의해두는 것이 건강한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첫걸음입니다.